전시 명분으로 연평균 7억씩 정부 보조금 수령정작 전시는 소극적… 연간 14일에 그치기도금융평가 손실, 외환차손익, 횡령 등 논란 잇따라이사진 장기집권… '노소영 개인회사' 꼬리표 방치
  • '세기의 이혼' 당사자인 최태원-노소영. 각종 인물검색과 뉴스에서 '노소영'을 입력하면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라는 직책이 최상단에 뜬다. 24년간 '아트센터 나비'는 노 관장이 운영해왔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법원이 아트센터 나비에게 서린동 SK사옥 4층에서 퇴거하고, 1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아트센터 나비의 실체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창립 이래 노소영 관장이 계속 상근이사직을 맡으며 운영해 온 '아트센터 나비'가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5년간 막대한 국민 세금을 수령하고도, 실제 예술을 위한 전시 사업은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아트센터 나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약 34억 원, 연 평균 7억 원에 달하는 정부보조금을 받아왔다. 아트센터 나비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고 있고, 이에 미술관을 건전하게 육성하고, 예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책임을 지게 된다.

    문제는 아트센터 나비가 서린사옥 4층 전시관에서 전시를 진행한 일자가 약 230일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일주일에 하루도 채 안되는 꼴이다. 코로나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실제 예술 진흥에 관심이 있었는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2020년에는 보조금을 7억 8000만 원 상당 수령하고, 15일간만 전시관을 열었다. 2022년에는 5억 5000만 원을 받았는데, 2주 간 전시를 진행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도 전시일수가 53일에 불과했다.
  • 정부보조금을 전액 전시에만 쓴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아트센터 나비가 SK이노베이션과 소송에서 '퇴거하면 운영이 어렵다'는 취지로 여러 번 말했듯이 전시가 미술관의 사업 핵심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따지면 전시 하루당 국가세금이 1500여만 원이 소요된 셈이다. 전시 내용을 봐도 2022년 나비 보드게임 데모데이(8/31), 나비 보드게임 플레이데이(10/26), 2023년 '창의적인 게임 창작을 위한 행위성과 유머 창작 커뮤니티' (10/7) 등 목적을 뚜렷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전시가 많았다.

    ■ 5년간 누적 적자 48억 원… 밑 빠진 독에 세금 붇기

    거액의 정부보조금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아트센터 나비의 누적 적자는 48억 원에 달한다. 2019년 200억 원에 달했던 자산은 2023년 말 145억 원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최근 미술관의 수익은 정부보조금 외에 거의 없다. 기부금을 모금하거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수익사업은 전무했다.

    그럼에도 관리비용은 한 해 십 수억 원이 발생해 적자 폭을 키웠다. 가장 많은 비중을차지하는 인건비도 크게 줄지 않았다. 2022년에는 금융평가손실 및 외환차손익으로 약 8억 원, 2023년에는 6억 원을 손해봤다. 인력을 줄이거나 투자만 잘했어도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술계 관계자는 "나비 미술관에 투입된 국민세금을 코로나로 힘든 청년예술가들에게 300만 원씩만 지원했다고 하더라도 1100명이 수혜를 봤을 것"이라며 "자산이 충분한 미술관에 고액의 보조금이 수년 간 왜 들어갔는지 감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 ▲ SK본사 서린빌딩 아트센터 나비 모습ⓒ연합뉴스
    ▲ SK본사 서린빌딩 아트센터 나비 모습ⓒ연합뉴스
    ■ 부실 운영·횡령 사건에도 이사진은 그대로 … '노 관장 개인회사' 오명 벗어야

    국민혈세 논란, 비서의 26억 원 횡령 사건, 적자 심화에도 이사진은 수 년째 바뀌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이다.

    아트센터 나비 공익법인 결산보고에 따르면, 현재 나비의 이사는 총 6명이다. 이 중 노소영 관장을 비롯한 3명은 최소 5년 이상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2021년 선임된 3명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외부 문제에도 이사진이 경영활동 및 감시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용'으로 자리하며, 사실상 노 관장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비서 A씨는 노 관장을 사칭해 '상여금' 5억 원을 미술관 공금에서 쉽게 이체받아 횡령한 바 있다. 상여금, 보수 등은 이사회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중요 의사결정인데, 이러한 과정조차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아트센터 나비의 문제를 일부 공익법인의 관리 부실과 사유화라는 사회적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며 "특히 한 개인이 수십 년간 외부의 감시와 견제 없이 공익법인을 장악했을 때 부작용을 파악하여, 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