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정리, 비주력 매각 SK이노+E&S 합병, C-레벨 경질, SK온 임원 30%감축인공지능·배터리·반도체(ABC) 외 투자 조절베트남 1조 회수… 자금확충 총력전
  • ▲ 최태원 SK그룹 회장ⓒSK
    ▲ 최태원 SK그룹 회장ⓒSK
    SK그룹이 전면적인 사업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십조원을 쏟아부은 배터리 사업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직격탄을 맞자 돈줄이 말랐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벌려놓은 투자에 대한 성과가 늦어지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28~29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그룹 사업 재편이 주요 안건이 될 전망인데 재편안에는 핵심 사업 강화를 위한 계열사 합병과 매각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재편 방점은 배터리와 반도체 그리고 인공지능(AI)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현재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정리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중복 투자됐거나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는 과감하게 통폐합할 것으로 보인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근 경영진 회의에서 "이름도 다 알지 못하고 관리도 안되는 회사가 이렇게 많은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LG그룹 계열사는 63개, 현대차는 67개다.
  • ▲ 지난해 5월31일 기준 SK그룹 지분구조. SK그룹은 삼성그룹의 3배가 넘는 21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
    ▲ 지난해 5월31일 기준 SK그룹 지분구조. SK그룹은 삼성그룹의 3배가 넘는 21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
    반도체·AI·배터리 민다

    SK그룹은 올해 초부터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 전략 컨설팅을 맡겼다. 이를 통해 반도체와 AI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속한 SK스퀘어의 각종 투자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해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는 11번가, 콘텐츠웨이브 등 25곳의 회사에 출자 중이다. 지난해 부터 일부 계열사들이 투자 가치를 밑도는 장부훼손이 시작되자 구조조정을 검토해 왔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SK그룹이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박성하 SK스퀘어 대표는 최근 해임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마찬가지로 친환경사업 투자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SK에코플랜트의 박경일 사장은 지난달 교체됐다.

    SK온을 중심으로 하는 배터리 사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진심이 담긴 부문이다.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에 알짜 캐시카우를 보유한 SK E&S를 합병시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합병이 시작되면 SK E&S의 광양, 파주 등 발전 자회사와 LNG 판매사업을 SK온에 편입시키는 방안도 고려된다. 이 과정에서 SK온은 임원 30%를 감축하는 등 허리띠를 단단히 죈다.

    배터리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한 것으로 SK온 상장을 사활을 걸겠다는 그룹 차원의 의지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SK 회장의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의지는 남다르다"면서 "이번 결정은 SK온 자금 수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 ▲ SK서린빌딩ⓒ뉴데일리DB
    ▲ SK서린빌딩ⓒ뉴데일리DB
    관건은 자금… 전방위로 끌어모은다

    과감한 투자는 자금 조달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SK온이 흑자 전환 시기가 더디어질 수록 자금난은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의 1분기 3315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이자비용만 1780억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면서 이자부담이 겹겹이 쌓이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배터리 사업에 7조5000억원 등 9조5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세웠는데 영업이익상 조달 가능한 규모는 3조5000억원 수준"이라며 "6조원 규모의 외부 자금조달이 또다시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SK그룹은 베트남 현지 유통사업에 지분 투자한 자금 회수를 추진하는 등 자금 조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투자금이 온전히 회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재무적투자금은 필요하다고 곧바로 회수 가능한 자금이 아니다"라며 "일정 수준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반도체 지원 대책에 포함된 17조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은 반도체 초격차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대기업에게 0.8%p 금리 우대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