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테이지엑스 5G 28㎓ 주파수 취소 절차자본금 납입 증명서 액수 미달, 주주 구성 및 비율도 상이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만 매몰… 꼼꼼한 검증 미흡"재정적·기술적 뒷받침 되는 기업 뛰어 들어야"
  • ▲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 ⓒ뉴데일리 DB
    ▲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 ⓒ뉴데일리 DB
    이변은 없었다. 국내 제4이동통신사(이하 제4이통사) 출범이 또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제4이통사 사업자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에 대한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세대 이동통신(5G) 28㎓ 주파수 대역의 주인공인 스테이지엑스가 법령이 정한 필요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주요 구성 주주들이 서약한 사항도 지키지 못한 점을 근거로 들면서 법인 선정 취소 청문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한 알뜰폰 회사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하는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은 지난 1월 31일 5G 28㎓ 대역 주파수를 4301억원에 낙찰받았다. 당시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은 예상 최종 낙찰가 1000억원의 4배가 넘는 액수를 써내면서 화제가 됐다. 7전8기 끝에 비로소 제4이통사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정부는 스테이지엑스에게 5월 7일까지 주파수 할당 대가(할당 대가 약 10%인 430억원) 납부 영수증, 법인 등기사항 전부증명서(법인 등기부등본), 주식납입금 보관증명서(자본금 납입 증명서), 할당 조건 이행각서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스테이지엑스가 납부한 자본금 납입 증명서는 2050억원에 한참 못미치는 5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구성주주와 주식소유비율도 주파수 할당 신청서 내용과 상이했다.

    업계와 학계가 우려했던 문제가 촉발된 것이다. 스테이지엑스가 제4이통사로 선정됐을 당시 예상보다 많은 입찰액을 쏟아부으면서 재무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았다. 여기에 향후 조 단위가 예상되는 설비 구축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시선이 쏟아졌다.

    스테이지엑스는 2025년 15%(645억원), 2026년 20%(860억원), 2027년 25%(1075억원), 2028년 30%(1290억원) 등 총 5년간 6128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와 함께 3년 내 5G 28㎓ 기지국을 최소 6000대를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기지국 구축 비용은 대당 약 2000만원으로, 6000대를 모두 설치하려면 1200억원이 필요하다. 

    또한 5G 28㎓ 대역이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렵고, 막대한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져 수익성 확보에도 제약이 많았다. 국내 이통3사도 28㎓ 대역 의무 기지국 수량을 채우지 못하면서 회수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일본 라쿠텐 모바일은 2020년 4월 제4이통사에 진출했지만, 5년간 누적된 적자로 모회사인 라쿠텐 그룹까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바 있다. 

    제4이통사 출범은 정부의 오랜 숙원 과제 중 하나였다. 2010년 이후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컨소시엄을 비롯해 세종텔레콤 등이 도전장을 냈지만, 신규 사업자 선정 기준에 못 미치며 입찰 문턱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에 최저경쟁가격을 낮추고, 선정 방식을 등록제로 바꾸는 등 우대 정책을 내놨다. 제4이통사 출범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과도 궤를 같이하면서 적기라는 해석이 다분했다.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총선을 앞두고 너무 서둘렀던 것일까. 결과적으로 스테이지엑스 역시 재정 능력이 발목을 잡으면서 제4이통사 출범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는 형국이다. 단순히 낙찰금액을 보고 사업능력이나 재정능력, 이행능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뒤늦게 판단한 결과다.

    스테이지엑스는 정부의 주파수 할당 취소가 부당하다고 법적 소송을 검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정부와 사업자의 책임 공방이 아닌, 제4이통사의 출범 가능성이다. 당장 재정 능력이 불투명한 신규 사업자가 통신 시장의 메기 역할을 수행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동화 속의 일이다. 재정적·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는 기업을 전제로 유인책을 펼치지 않는 한, 제4이통사는 언제까지나 '허수(虛數)'로 존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