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1.4兆 판결문' 논란 한창SK 주식가치 100배 왜곡 발생… 초유의 경정 조치도6공화국 후광 사업 특혜 논란 및 300억 비자금 사실 왜곡70년 SK그룹 이미지 정격유착으로 훼손… 대법원 상고서 공방 예상
  • ▲ 선경그룹(현 SK그룹)이 1994년 1월 25일 민영화된 한국이동통신 주식 23% 매입을 위한 입찰서를 제출하는 모습 ⓒSKT
    ▲ 선경그룹(현 SK그룹)이 1994년 1월 25일 민영화된 한국이동통신 주식 23% 매입을 위한 입찰서를 제출하는 모습 ⓒSKT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1조 4000억원에 달하는 초유의 재산분할 결정을 내린 항소심 판결에서 주식가치 산정에 치명적 오류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한창이다. SK텔레콤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6공화국의 후광으로 사업을 키웠다는 판결에 대해 아이덴티티(Identity) 훼손을 우려하며 대법원 최종 판단을 주목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 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에서 20배 넘게 늘어난 금액으로, '세기의 이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서 SK㈜의 모태가 된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식 가치 산정에 관한 부분에 치명적인 오류를 지적했다. 재판부가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별세한 1998년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를 1000원이 아닌 100원으로 잘못 계산했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하고,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는 오류로 이어졌다는 것.

    실제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 회사 성장에 대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주식 가액을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으로 계산할 경우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로 늘어난다. 반면,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로 10분의 1로 줄어든다. '100배' 왜곡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 측의 지적을 받아들여 판결 경정(更正·수정) 결정을 내렸다. 또한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통해 'SK그룹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할 당시는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직후로서 정치적 영향력이 남아 있던 피고 부친과 사돈관계에 있으므로, 적어도 불이익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동통신 인수에 퇴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논지를 펼쳤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노 전 대통령은 1992년 김영삼(YS) 대표와의 갈등으로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을 탈당했다. 레임덕의 시작이었다. 같은 해 박철언 의원 등 구 민정계 주요인사도 줄줄이 탈당했다. 1993년 YS가 집권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측은 하루가 다르게 권력으로부터 멀어졌다는 게 언론과 역사학계의 일반적인 인식으로 퍼졌다. 이후 2년 뒤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구속된 첫 전직 대통령'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후 YS임기동안 사위의 그룹에 이동통신사업권을 주고 이를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최 선대회장의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경영활동이 가능했던 것도 노 전 대통령의 용인 덕분에 가능했다'라는 논지를 펼쳤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언론보도만 확인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역사적 정황을 재판부가 애써 외면하는 꼴이라고 비판한다. 담당 재판부가 이미 사회적으로 검증되고 역사적으로 수용된 사실조차 주관적으로 해석했다는 것. 오히려 선경그룹은 1992년 '제2이동통신 사업자' 입찰에서 성공했지만, 당시 노 대통령과 사돈지간이라는 이유로 특혜시비에 휘말려 결국 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메모와 약속어음 사진만으로 '노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으로 유입됐으며, 이 자금이 태평양증권, 대한텔레콤 주식 매입, 한국이동통신 인수 등에 쓰였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는 노 관장 측의 주장으로, 해당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결문에 입증된 사실이 제대로 명기돼 있지 않을 경우 판결의 이유를 명확히 살펴야 할 법리적 오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만에 하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으로 유입된 게 사실이더라도 누군가에게 불법으로 강탈해 온 자금을 30여 년 뒤 50배 불려 세금 한 푼 없이 가져가라는 판결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며 "범죄를 통해 마련한 불법자금을 사돈에게 은닉한 후 그 자녀에게 물려주는 '불법상속' 사례를 인정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등 SK그룹 내부적으로도 지난 70년간의 노력을 정경유착으로 결론 낸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업계에서도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상이하고, 판결문 '경정'까지 이어지면서 대법원 상고에서 결과가 뒤집힐지 주목하고 있다. 상고에서는 항소심 재판부의 경정 결정에 대한 판단과 함께 SK㈜ 주식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해 분할 대상에 포함한 것이 적정한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고위임원은 "(당시 SK그룹이)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추진하던 이동통신 사업에 부정한 비자금을 활용했다는 주장은 당시 상황을 너무 모르는 이야기"라며 "판결문 경정까지 더해지지면서 항소심 판결이 너무 나갔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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