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국발 환율 급등'에 외환시장 비상 상황 전개국민연금 스와프 증액 등 대응에도 시장 불안 불가피"금리 내리고 경기부양" 주문 속 당국 대응력 시험대
  •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뉴데일리DB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뉴데일리DB
    미국의 압도적인 강달러 현상이 강화되며 글로벌 환율전쟁 양상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제 과열과 고물가로 빚어진 강달러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가 완화 기조에 들어선 유럽연합(EU)·캐나다 등이 추진하는 선제적인 금리 인하와 중국의 위안화 대폭 절하 등도 고환율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격해질 수 있는 환율 전쟁 속에서 우리 경제 콘트롤타워가 어떤 대응책을 보여줄지 시험대에 올랐다.

    23일 외환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장이 열리자마자 급등하면서 1400원선을 위협했다. 당국이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한도를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급등했던 환율은 진정세를 보였다. 

    원화 가격이 심리적 지지선인 1400원선을 위협하자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거래 한도를 3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증액하며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6원 오른 1388.3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3원 오른 1392.0원에서 출발해 장중 한때 1392.9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가격과 종가 모두 지난 4월 16일 이후 두달 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제가 견조한 호황을 이루면서 금리정책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 달러값을 끌어올리는 배경이다. 또 스위스 중앙은행이 3월에 이어 금리를 추가 인하했고, 영국도 8월 중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한몫한다. 

    미국과 주요국 간 금리 차이가 커지는 흐름에서 '강달러'와 '타국 통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자국 통화 가치가 폭락하며 신저가를 찍는 국가도 생겨났다. 

    21일 달러 대비 인도 루피화 환율은 전일보다 0.25% 올라 달러당 83.67루피를 나타내며 지난 4월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엔·달러 환율도 지속해서 오르면서 지난 4월 34년 만에 처음으로 돌파한 달러당 160엔에 접근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도 기록적인 수준으로 하락세를 탔다. 같은 날 역외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2604위안을 기록하며 작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집계됐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을 막기 위해 높은 관세를 적용해 온 미국으로선 중국의 위안화 절하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디플레에 허덕이는 중국이 수출 확대, 성장 회복 등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위안화 대폭 절하는 사실상 환율 전쟁 선포로 인식되고 국제 외환시장 또한 요동치게 된다. 블룸버그는 동아시아에서 중국발 환율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에서 위험한 나라는 한국이다. 당장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위협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향후 원화가치가 더욱 하락하고 인플레이션 위협이 찾아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상당 기간 이어져 온 고환율이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우리 내수 경제에는 큰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는 한 고환율 부담을 떨쳐 내기는 쉽지가 않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을 1300원대에서 묶어두는 게 좋을 것"이라며 "금리를 내리고 내수 경기를 부양시켜 자본과 외환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외환 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위협하던 21일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한도 증액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응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해외에 투자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구하면, 달러 몸값이 올라 원화가치가 더 떨어지게 된다. 당국은 이에 국민연금으로부터 원화를 받는 대신 외환보유액에서 직접 달러를 주는 교환 계약을 강화해 환율 변동성의 완화를 꾀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임시방편'일 뿐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늦춰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도 불투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유럽·중국발 환율 급등으로 빚어진 위기 상황을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