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연말 양산 선언… 삼성, 2025년 양산 유지"속도 경쟁 보다 내실 우선"30% 높은 가격에 2나노 수요 멈칫최대 수요처 애플과 AI 대장 엔비디아도 "아직"
  • ▲ 삼성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 모습 ⓒ삼성
    ▲ 삼성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 모습 ⓒ삼성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미세공정 경쟁보단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전략 수정에 나섰다. 대만 TSMC가 올 연말 2나노미터(nm) 양산을 시작하며 앞서가지만 3나노 대비 지나치게 높은 가격과 제대로 된 수요가 나오려면 아직 3년은 더 남았다는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24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올해 말 2나노 공정 소규모 생산을 시작한다. 대량 생산은 내년 가을 아이폰 17 프로 출시에 맞춰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세계 첫 3나노 양산을 두고 경쟁했던 삼성도 2나노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올 연말로 양산일정을 앞당긴 TSMC와 달리 기존 로드맵 대로 내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2나노 이후 미세공정 경쟁에서도 삼성은 일단 숨 고르기를 하고 기존 로드맵을 유지하는 방향을 굳힌 모양새다. 지난 1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에서 파운드리 최선단 공정인 1나노대 양산 시점도 당초 계획대로인 오는 2027년으로 유지한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삼성의 발표에 앞서 시장과 업계에선 삼성이 TSMC를 견제하기 위해 1.4나노 제품 양산 시점을 약 1년 가량 앞당겨 오는 2026년 선보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TSMC가 1.4나노 양산 시점을 2027년으로 그대로 가져가는 대신 1.6나노를 추가해 오는 2026년 진입할 것이라 선언한 까닭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미 내부적으로 실속 없는 나노 경쟁보다는 수율과 공정기술 고도화 등으로 내실있는 파운드리 사업으로 거듭나자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주재로 열린 임직원 소통행사에서도 이 같은 목표를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파운드리 포럼에서 밝힌 BSPDN(후면전력공급 기술, Back Side Power Delivery Network) 기술을 적용한 2나노 공정(SF2Z)과 4나노 SF4U 공정 양산에 초점을 둔다. 전류 배선층을 웨이퍼 후면에 배치해 전력과 신호 라인의 병목 현상을 개선하는 기술인 BSPDN은 오는 2027년 양산 예정이다.

    또한, 이번에 발표한 또 다른 신규 공정인 4나노 SF4U는 기존 4나노 공정 대비 광학적 축소(optical shrink)를 통해 PPA 경쟁력이 추가 향상되며, 2025년 양산 예정이다. PPA는 Power(소비전력), Performance(성능), Area(면적)의 약자로, 공정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주요한 3가지 지표로 꼽힌다. SF2Z와 SF4U 모두 경쟁사와 차별화된 성능과 수율을 선보이기 위해 고심 끝내 내놓은 삼성 파운드리의 야심작이다.

    삼성이 이처럼 끝이 없을 것 같던 미세공정 경쟁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예상보다 2나노 이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나노 양산 제품의 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나노 양산을 앞두고 있는 TSMC가 기존 3나노 제품 대비 가격을 30% 이상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파운드리업계가 발칵 뒤집어진 상황이다.

    2나노 공정 생산 비용도 3나노보다 50% 증가할 것이라 예상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IBS는 지난해 연말 보고서를 통해 "2나노 웨이퍼 가격이 장당 3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현재 TSMC의 3나노 웨이퍼 한 장 생산가격이 2만 달러인 것 대비 50% 비싼 수준이다.

    TSMC의 2나노 고객으로 알려진 애플도 3나노 대비 월등히 높아진 가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3나노 제품을 탑재할 때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상황이라 어느정도 비용 방어가 가능했지만 메모리 가격도 회복세를 거듭하는 가운데 2나노를 도입하는 아이폰17 프로 모델의 경우 큰 폭의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도 TSMC의 2나노 고객사로 거론되지만 실제 해당 공정 제품을 도입하기까진 적어도 3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최근 첫 선을 보인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 3나노 공정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루빈은 오는 2026년 양산을 시작하고 2027년 차차세대 GPU부터나 2나노 공정 적용을 고려할 것이라는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