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위스키 등 수입 중단… 美 버번 위스키만 수입 중고급 위스키 시장 위축되며 중저가 위스키에 주력작년 실적 악화에 ‘팔리는 위스키’ 위주 수익성 전략
  • ▲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와인앤모어 매장.ⓒ신세계L&B
    ▲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와인앤모어 매장.ⓒ신세계L&B
    신세계그룹의 종합주류사 신세계L&B가 수입 위스키 라인업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스카치위스키, 싱글몰트 등 다양한 위스키를 수입했던 신세계L&B가 미국의 버번 위스키만 남기고 일체 수입을 중단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펜데믹에 급격하게 성장했던 위스키 시장이 위축되면서 신세계L&B의 수입 위스키 라인업도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올해 들어 미국 켄터키주에 위치한 증류소 ‘헤븐 힐 디스틸러리(HEAVEN HILL DISTILLERIES, INC.)’의 위스키만 수입 중이다. ‘헤븐 힐 디스틸러리’는 미국의 대표적 버번 위스키 증류소 중 하나다.

    신세계L&B는 이중에서도 ‘에반 윌리암스’, ‘퀄리티 하우스’ 브랜드 위스키만 집중적으로 수입 중이다. 버번 위스키는 숙성기간이 짧아 비교적 중저가에 해당하는 가성비 제품으로 꼽힌다. 주로 칵테일, 하이볼로 애용된다. 

    이런 신세계L&B의 수입 위스키 전략은 지난해와는 크게 다른 것이다.

    신세계L&B는 그동안 주요 국가의 다양한 위스키를 주도적으로 선보여왔다. 영국의 블렌디드 위스키 ‘서 에드워즈’나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 모레이’ 등을 국내 선보인 것도 신세계L&B였다. 캐나다의 위스키 ‘블랙 벨벳’도 직접 들여왔다.

    그런 신세계L&B가 올해 들어 수입 위스키 라인업을 대폭 축소한 것은 위스키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 당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위스키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세계L&B 관계자는 “과거에는 고가 싱글몰트 위스키가 품귀를 겪으면서 ‘오픈런’까지 있었지만 최근에는 어딜 가도 상당한 물량이 있을 정도”라며 “최근에는 경기가 위축되고 보드카, 데킬라 등의 증류주 인기가 올라가면서 잘 되는 상품 위스키 위주로 수입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볼, 칵테일로 위스키로 소비하는 트렌드가 커지면서 가성비가 높은 버번 위스키의 수입에만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신세계L&B의 수입위스키 부문 사업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고 한다. 고가의 다양한 위스키보다 소위 ‘잘 팔리는’ 중저가 위스키에만 집중한 효과다. 

    이런 신세계L&B의 전략은 수익성과도 무관치 않다. 신세계L&B는 지난해 매출이 1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5% 줄어들고 영업이익도 7억원으로 전년 대비 93.8% 감소했다.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신세계L&B의 종합주류사 전략도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했다. 그동안 신세계L&B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오던 한국형 위스키 제조 사업을 백지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2024년 정기인사에서 신세계L&B 대표를 겸임하게 되면서 수익성 끌어올리기를 공식화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이 사상 최대 수입액을 경신했지만 올해 환율, 물가 상승에 따른 가격인상과 경기침체로 역성장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주류 트렌드가 하이볼, 데킬라 등 다양한 주류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주효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