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처분 609억원 아일리아 고용량 바이오시밀러 임상개발 활용 계획투자자 기대감 높아지며 주가 급상승 중일각서 과도한 기대감 '경계' 의견
  • ▲ 삼천당제약.ⓒ최영찬 기자
    ▲ 삼천당제약.ⓒ최영찬 기자
    삼천당제약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투자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외 출시를 앞둔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SCD411'을 향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이에 부합하는 성과를 낸다면 중소제약사에서 중견제약사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아일리아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점을 들어 SCD411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은 오는 7월17일까지 자사주 50만주를 처분해 609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 자금은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성분 애플리버셉트))의 고용량 바이오시밀러 및 경구(먹는) 제형의 GLP-1 계열 비만약에 대한 글로벌 임상비용 및 비만약 생산설비 마련에 활용된다.

    올 1분기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202억원을 포함해 유동자산 763억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글로벌 임상과 생산설비 구축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삼천당제약은 연 매출 2000억원을 넘지 않고 영업이익도 연간 100억원 안팎을 올리는 중소 제약사다. 2022년 연결기준 매출 1773억원·영업이익 122억원, 지난해 매출 1927억원·영업이익 9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R&D(연구개발) 비용은 2021년 444억원, 2022년 383억원, 2023년 206억원을 지출했다. 연 매출이 4배 이상 큰 광동제약이 지난해 쓴 R&D 비용이 204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천당제약은 규모에 비해 상당한 액수를 R&D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삼천당제약이 처음으로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SCD411 성과가 중요해졌다. 이미 SCD411에만 1400억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는데 고용량 개발을 위해서 글로벌 임상을 추가하기로 결정해서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우리같은 중소제약사에서 대규모 자금을 지속적으로 R&D 개발에 투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SCD411은 아일리아의 저용량 바이오시밀러로 삼천당제약은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파트너사도 올 4월 유럽 의약품청(EMA)에 허가신청을 하는 등 각국 규제당국에서 승인받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삼천당제약은 SCD411로만 2028년 매출 2479억원, 영업이익 2050억원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출의 80% 이상을 영업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인데 삼천당제약 측에서는 이 수치도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어서 더 큰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우리가 해외에서 직접 판매를 하지 않고 현지 파트너사로부터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로 계약을 체결해 판관비와 같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주들의 기대감도 크다. 삼천당제약이 지난 17일 자사주 처분 및 자금 활용 계획을 발표한 이후 19일 종가는 16만3800원으로 이틀 만에 34.5%나 급등했다. 지난해 6월19일 종가 5만9100원과 비교하면 1년새 177.2%나 상승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삼천당제약에 거는 기대가 과도한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아일리아 원 개발사인 리제네론은 최근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에 잇따라 특허소송을 제기하며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출시 시기를 늦추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리제네론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오퓨비즈'가 아일리아 특허 37개를 침해했다고 신청한 가처분 소송에서 인용판결을 내렸다. 리제네론은 올 1월 비아트리스와 특허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이밖에 리제네론은 지난해 말 셀트리온과 암젠, 포마이콘 등에 대해서도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아일리아의 경쟁 의약품인 로슈의 '바비스모(성분 파리시맙)'의 성장세가 만만치 않아 아일리아 시장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삼천당제약의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출시됐을 때 얼마나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아일리아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전년 대비 3% 감소한 93억8000만달러(12조7080억원)로 2022년 1월28일 FDA로부터 승인받은 바비스모 위협에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아일리아의 올 1분기 매출은 14억200만달러(1조9379억원)였는데 바비스모는 같은 기간 매출 8억4700만스위스프랑(1조3245억원)을 기록하면서 출시 2년만에 아일리아의 위상을 넘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