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시장 형성 초기 단계… 소득수준 따라 'J자 커브' 가능성대상, 국내 식품기업 최초로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 프리미엄' 형성 노력상온간편식 제조라인 증설… 생산능력 ↑
  • ▲ 신상호 대상베트남 식품부문 대표이사ⓒ조현우 기자
    ▲ 신상호 대상베트남 식품부문 대표이사ⓒ조현우 기자
    [만났조]는 조현우 기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인 단어입니다. 먹고 마시고 쇼핑하고 즐기는 우리 일상의 단편. ‘이 제품은 왜 나왔을까?’, ‘이 회사는 왜 이런 사업을 할까?’ 궁금하지만 알기 어려운, 유통업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베트남의 성장세는 과거 무섭게 성장하던 한국이나 일본의 성장세보다 더 가파를 것.”

    지난 12일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대상베트남 사무실에서 만난 신상호 대상베트남 식품부문 대표이사는 “베트남의 식품·유통시장은 현재 크게 변화하는 격변기에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신 대표이사는 2016년 베트남에 부임한 뒤 8년간 베트남 가공식품 시장의 변화를 직접 봐왔다. 그가 느끼는 변화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신 대표이사는 “베트남의 가공식품시장은 이제 초기 단계”라면서 “베트남에 진출한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미래를 향해 투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의 소득이 올라가는 순간 ‘J자 커브’를 그리며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신 대표이사가 고속 성장으로 잡은 기준은 7000달러. 현재 4000달러 수준인 국민소득이 7000달러에 도달하는 순간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것.

    신 대표이사는 “베트남 소비자들은 SNS를 통해 해외의 고급 다이닝이라든지 프리미엄 가공식품 등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아직 소득이 따라주지 못해 소비하지 못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식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소득에 다다르는 순간 성장세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 대상베트남이 최근 증설한 하이즈엉 공장 전경ⓒ대상
    ▲ 대상베트남이 최근 증설한 하이즈엉 공장 전경ⓒ대상
    실제로 베트남 시장은 가공식품을 비롯한 식품산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베트남 전체 시장에서 MT(Moden Trade, 마트 등)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본래 20% 수준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후 소비자들이 위생과 안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점차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노이와 호치민 등 대도시의 경우 GT(General Trade, 재래시장 등) 채널과의 비중이 뒤바뀌는 이른바 골든 크로스가 눈앞에 왔다고 보기도 한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글로벌 기업에서 베트남이 ‘시장 잠재력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대상은 베트남 시장의 잠재력을 예전부터 눈여겨왔다. 30년 전인 1994년, 당시 대상은 베트남 정부로부터 투자허가를 받아 현지법인인 ‘미원 베트남(MIWON VIETNAM CO.LTD)를 설립했다. 국내 식품기업으로는 최초다.

    이어 1995년 하노이 인근 ‘벳찌 공장’을 설립하고 MSG 생산과 판매에 나서며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했다.

    다만 대상이 베트남에 진출했을 당시(1995년) 베트남의 국민 소득은 280달러에 불과했다.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볼 때 1970년대 수준이다.

    신 대표이사는 “당시 베트남 경제가 발전이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단계라 식품시장 자체도 형성이 제대로 돼있지 않았다”면서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극히 드물때라, 미원을 비롯해 소금·설탕, 식용유, 액젓, 간장 위주로 사업을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 ▲ 현지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스 및 상온가공식품 제품들ⓒ조현우 기자
    ▲ 현지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스 및 상온가공식품 제품들ⓒ조현우 기자
    베트남 국민소득이 550달러까지 성장했던 2002년 이후부터는 국물용 복합조미료와 튀김가루, 칠리소스, 물엿 등 소스류로 제품구성을 다양화했다. 이어 2004년엔 호치민시에 생산물류센터를 준공하고, 베트남 남부지역을 겨냥해 물류거점 확보와 마케팅 활동을 강화했다.

    신 대표이사는 “2015~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베트남 경제가 성장하는 것을 보고 테스트 형식으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을 대리점을 통해 일부 판매해봤다”면서 “테스트에서 반응이 좋은 제품을 선정하고, 이와는 별개로 성장가능성이 있는 제품들을 고도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선정된 제품이 떡볶이와 김, 한식 양념장이었다. K-POP 열풍을 통해 한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드라마와 예능 등에서 접하기 쉬운 떡볶이와 갈비양념장 등의 수요가 늘어났다. 대상베트남은 3개 제품은 전략제품으로 삼고 2019년 신규 공장을 설립했다.

    대상베트남은 콜드체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은 베트남 시장 상황을 반영해 떡볶이를 컵 형태의 상온 가공식품으로 선보였다. 전자레인지 보급률이 낮은 현지 소비자 상황을 고려해 뜨거운 물을 부워 조리할 수 있는 방식을 활용했다.

    신 대표이사는 “가공식품 소스의 경우 현지 입맛에 맞춰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면서 “‘한국 식품+현지 소스’ 형태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 대상베트남이 현지에 판매하고 있는 김 제품들ⓒ조현우 기자
    ▲ 대상베트남이 현지에 판매하고 있는 김 제품들ⓒ조현우 기자
    ‘한국식 김’ 역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식 김이란 국내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조미김을 뜻한다. 한국식 김이 아닌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김 제품의 경우는 튀각이나 스낵류 형태가 대부분이다.

    베트남 시장에서의 김은 한국식 김이 표준화돼있다. 조미김의 경우 밥에 뭉쳐 주먹밥으로 활용하기도 좋고, 특히 맥주 소비가 많은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안주로도 사랑받고 있다.

    현재 대상을 비롯해 CJ제일제당, 동원 등 한국 대기업의 김 제품은 물론, 다양한 중소업체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중 대상의 글로벌 브랜드 오푸드(O'Food)는 김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상베트남은 최근 하이즈엉 공장에 설립한 제2공장을 통해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40% 늘렸다. 특히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 라인을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상온 간편식 제조 라인을 새롭게 구축했다.

    제2공장을 통해 수출도 확대될 전망이다. 대상베트남은 김류와 떡볶이 가공식품, 조미료 등의 제품을 태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일본으로도 수출하고 있다.
  • ▲ 신 대표이사가 CI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신 대표이사가 CI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대상베트남은 베트남 시장에서 요구하는 높은 기준치를 상회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베트남은 외국 식품기업에 대한 사회 요구수준이 상당히 높다. 자국 베트남 기업의 경우 품질이나 위생이 나빠도 ‘그러려니’ 하지만, 외국 기업은 무조건 품질면에서 프리미엄이 있어야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신 대표이사는 “이러한 인식을 만들기까지 시장에 처음 진출한 대상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면서 “이를 통해 한국기업은 물론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향상시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기업으로서 식품 안전에 대한 신뢰를 베트남 국민들에게 주고 있다는 막중한 사명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