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무성 행정지도 명령 하에서 라인야후 사업 지속하기 어려워이사회서 신중호 대표이사 빠지고 위탁계약도 순차적 종료키로 네이버 노조·IT 시민단체·정치권 등에서 반일감정으로 매각 반대 실리 추구가 최선,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에 집중하도록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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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 사
    네이버가 일본의 라인야후 사태로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다. 개별 기업의 단순한 이슈가 아닌 정치권의 여야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11월 라인야후 개인정보 51만건이 유출되면서 비롯됐다. 일본 총무성은 올해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행정지도 명령을 내렸다. 자본관계 재검토 및 사고 재발 방지책이 핵심 골자다. 네이버 보유지분을 처분하고 기술 위탁계약을 종료하도록 하는 것이 속내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가 네이버를 압박해 라인야후를 소프트뱅크에 넘기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네이버 노조와 IT 시민단체도 매각 반대를 외치고 있다. 국민 정서를 고려한 정치권에서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야당은 정부가 적극 나서서 대응해야 한다며 방관하는 태도에 일갈을 가하고 있다. 여당은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야당의 태도는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통령실은 자칫 일본의 횡포로 국내 기업이 피해 보는 것을 방치했다는 책임론을 의식하는 모양새다. 애국심에 기반한 '네이버 지키기' 프레임으로 왜곡돼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네이버는 일본 행정지도 명령에 불복할 계획이 없다. 행정소송 등 법적인 대응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행정지도 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네이버의 판단으로 여겨진다. 다시 말해 네이버는 더 이상 라인야후 관련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 이미 라인야후가 네이버와의 위탁계약을 순차적으로 종료하기로 밝혔다. 네이버가 라인야후에 대해 기술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돼 존재의 의미가 그만큼 퇴색했다.

    라인야후 이사회 구성도 그렇다. 라인야후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최근 사내이사 2명이 교체됐다. 네이버 라인 출신 신중호 라인야후 대표이사 겸 최고프로덕트책임자(CPO)와 소프트뱅크 야후재팬 출신 오케타니 타쿠 이사 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각각 동수의 사내이사 1명씩을 퇴임시키기로 한 것이다. 

    다만, 소프트뱅크 야후재팬 출신인 카와베 켄타로 대표이사 회장과 네이버 라인 출신인 이데자와 다케시 대표이사 CEO는 사내이사직을 유지했다. 아울러 거버넌스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1명을 더 늘리기로 했다. 오는 6월 18일 주총에서 이사 선임의 건이 의결될 예정이며, 기존 이사들을 포함해 총 6명의 이사진이 모두 일본인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여기서 눈 여겨 볼 대목은 이사진이 모두 일본인으로 교체된 것 보다는 사외이사가 4명으로 늘어나면서 의사결정에 있어 네이버 입김이 그만큼 줄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이사회 변화도 라인야후 최대주주인 A홀딩스 즉,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동의하에 이뤄졌을 것이다. 

    또 2020년 9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합작법인 A홀딩스를 설립한 직후인 2021년부터 소프트뱅크는 A홀딩스 실적을 자회사로 표기해 반영했다. 반면 네이버는 A홀딩스를 자회사가 아닌 타법인 출자 대상으로 분류하고, 지분법에 따라 라인야후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지분가치 만큼 영업외 수익으로 반영했다. 이 역시 양사 동의하에 이뤄진 것이다. 일본에서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기에 지분은 50대50으로 같지만, 사실상 주도권을 소프트뱅크가 쥐고 시작한 셈이다. 

    네이버로서는 2011년 6월부터 시작한 일본 내 라인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고육지책으로 야후재팬과의 합병을 선택했다. 이후 라인야후 실적이 개선됐고, 네이버의 합작 선택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 명령을 받은 지금, 네이버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실리를 추구하는 것 뿐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과 외교적인 협상을 통해 행정지도 명령을 뒤집지 못할 바에는 말이다. 반일 감정으로 일본정부와 협상 대상자인 소프트뱅크를 자극하는 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지분 매각이 졸속으로 이뤄지거나 헐값에 이뤄질 경우 이것이 진짜 국익에 도움이 안되고 네이버에도 뼈아픈 실책이 될 것이다. 자칫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네이버는 허울 뿐인 공동 투자자에 그칠 뿐이다. 이미 손과 발이 잘린 상황에서 재무적 투자자(FI) 역할 밖에  못하는 것이 최악의 경우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반일 감정으로 몰아가는 왜곡된 프레임을 경계해야 한다. 반일 감정 프레임으로 '묻지마'식 매각 반대는 지양해야 한다. 네이버 스스로가 최대한의 실리를 얻을 수 있는 기다려줘야 한다. 라인야후 지분 매각은 13년간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국가적으로도 일종의 수출 효과를 누리는 셈이 될 것이다. 

    현재 라인야후의 시가총액은 약 25조원에 이른다.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가치는 약 8조원으로 추정된다. 통매각이 이뤄질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10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 통매각이든 일부 매각이든, 매각대금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위한 네이버의 중요한 투자 재원이 될 것이다. 네이버가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우리 모두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반일 감정은 잠시 접어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