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휴진 상황 속 가동되는 응급실 헌신 훼손"조민 레지던트 지원 당시 미달 났어도 안 받아" 성범죄자-응급실 의사 연결 우려에 "절대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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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기자
    서울 소재 사립대학 의대생이 몰카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부에 넘겨지자 사실을 인정하며 "응급의학과를 선택해 속죄하며 살아가겠다"고 발언했다. 해당 내용이 다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자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모욕적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다수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교수들은 해당 사건을 두고 '헌신의 훼손'임을 강조하며 분노했다. 개인의 일탈을 감경을 위한 조건으로 응급의학과가 거론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의료대란과 집단휴진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대치 국면에서도 전국 응급실은 가동되고 있다. 인력난이 심각해져 지방 응급실부터 붕괴되는 조짐이 일어나고 있지만 '갈아 넣는 당직'으로 버티는 실정이다. 

    모 대학 응급의학과 교수는 "타 과와 달리 의대증원에 불만이 있어도 환자를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불문율이 깨지지 않길 바라며 매일 인내하는 심정"이라며 "그럼에도 이 분야 선택에 후회가 없는 것은 환자를 살린다는 가치의 중요성"이라고 했다. 

    이어 "헌신의 개념이 없다면 한국의료에서 응급의학과는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본인의 성범죄를 인정하며 응급의학과 선택을 속죄로 표현했다는 것은 무척이나 모욕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의대증원에 따른 반발로 기피과인 응급의학과를 선택할 미래 의사들이 전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 이러한 발언은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응급실 가동은 병원경영에 손실을 일으키는 구조여서 이를 탈피하는 것도 의료개혁 과정에서 시급한 과제다. 

    또 다른 교수는 "해당 학생을 뽑을 일 없다"며 "이미 전국 수련교육부장을 비롯해 응급의학과 교수 들도 관련 보도로 인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성범죄를 인정했기에 응급의학과 전공의로 근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의사면허가 취소되기 전 조민씨의 상황에서도 봤듯 정원 미달 사태에서도 응급의학과 전공의로 뽑지 않았다"며 "본인이 원한다고 응급의학과 수련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님을 국민들께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개인이 일으킨 성범죄를 처벌 감경을 목적으로 '응급의학과 속죄' 발언이 나온 것을 두고 응급실 현장은 자존심이 추락했다. 

    이경원 응급의학과 공보이사는 "지금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일선에서 야간과 주말없이 응급환자 진료에 매진하고 있다"며 "성범죄자가 마치 응급의학 의사가 될 수 있음을 연결 짓는 왜곡된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처벌 감경의 의미로 응급의학과를 발언한 것은 공분할 이유이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분야임을 강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작금의 상황에서 응급실은 소멸할 여지가 있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