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칸 라이언즈] TBWA 세미나"알고리즘, 좋아하는 것 쉽게 찾아주지만 예기치 못한 것을 만나는 것은 어렵게 만들어""놀라게 하고 도전을 주며, 성장하게 하는 것들을 발견하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
  • ▲ 젠 코스텔로(Jen Costello) TBWA 글로벌 전략 부문장(global chief strategy officer). ⓒ칸 라이언즈
    ▲ 젠 코스텔로(Jen Costello) TBWA 글로벌 전략 부문장(global chief strategy officer). ⓒ칸 라이언즈

    세계 최대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인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2024가 열린 19일(현지시간) TBWA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죽어가는 크리에이티비티 살리기(Saving Creativity from Death by Algorithm)'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열었다.

    뉴요커의 기고가이자 작가인 카일 챠이카(Kyle Chayka), 작가, 감독, 제작자로 활동하는 루시아 아니엘로(Lucia Aniello), TBWA의 미국 지역 CEO인 에린 릴레이(Erin Riley), TBWA의 글로벌 전략 부문장(global chief strategy officer)인 젠 코스텔로(Jen Costello)이 대담자로 나섰다. 아니엘로는 2022년 골든글로브 수상작 '핵스(Hacks)'와 인기 드라마 '브로드 시티(Broadcity)’의 제작자다.  

    세미나에서는 오프닝 영상을 통해 "매스미디어 시대 TV에는 베끼고 베낀 프로그램들이 넘쳐났다. 그럼 알고리즘과 플랫폼의 시대는 어떠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코스텔로 부문장은 알고리즘의 추천 시스템이 우리 문화에 얼마나 영향을 주며 지배하는가를 질문하며 "알고리즘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쉽게 찾아주지만, 예기치 못한 것을 만나는 것은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놀라게 하고 도전을 주며, 성장하게 하는 것들을 만날 기회가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카일은 알고리즘의 문제를 다룬 '필터월드(Filterworld)'라는 책을 올해 초 출판했다.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물으니 "길을 다니다 보니 도처의 커피샵, 인테리어 등에서 특정한 취향이 퍼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온라인에서 같은 콘텐츠를 추천해 주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같은 플랫폼에 모이면서 같은 미학, 같은 문화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소수의 글로벌 플랫폼의 독과점 구조가 되면서 취향이 획일화됐다는 설명이다.

  • ▲ 루시아 아니엘로(Lucia Aniello). ⓒ칸 라이언즈
    ▲ 루시아 아니엘로(Lucia Aniello). ⓒ칸 라이언즈
    TV와 영화 분야와 관련해 아니엘로는 "요즘 모두 IP를 찾는데,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것은 사실상 글로벌 시장에서 큰 흥행을 한 콘텐츠다"라고 말했다. '오리지널'이라는 말은 '독창적'이라는 뜻으로 희귀하다는 의미를 동반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오리지널 콘텐츠라고 불리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말이다.

    아니엘로는 "과거의 성공은 작품을 만들어 일정한 수익을 거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세계에서 구독자를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규모로 큰 히트작이 빨리 연이어 나와야, 많은 구독자가 생기고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물론 나는 그런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코스텔로 부문장은 "알고리즘은 과거의 것을 리사이클하기 때문에 점점 더 새로운 것이 없는 세상에 살게 되는 것 같다"고 하자 카일은 "알고리즘을 통해 관심을 얻은 것이 더 관심을 얻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고 답했다.

    이러한 대화, 즉 알고리즘이 취향을 획일화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릴레이 CEO는 반문을 제기했다. "동일한 취향을 가진 것이 뭐가 나쁜가? 같은 취향을 가지면 사람들이 통합될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카일에게 물었다.

    카일은 "같은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 취향은 무엇인가에 빠져서 개발되는 것인데 동질적인 플랫폼으로 인해 개인성을 개발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말"이라고 대답하며 "우리는 각각 독특하기를 원하고 브랜드에서도 소비자들에게 독특한 개인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엘로는 "새로운 좋은 것들은 여전히 통한다"면서 "새로운 좋은 것들은 지인의 입소문을 통해 알게 된다. 입소문 정보가 없다면, 우리는 역류하는 것들만 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새로운 것들을 만들 수 있는가를 질문하자, 아니엘로는 "내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매우 소수의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다. 그들과 연결된 채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이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하거나, 들어 보지 못한 인물이 생겨난다"고 대답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보편적인 것이라는 말이다.
  • ▲ 왼쪽부터 에린 릴레이 TBWA 미국 지역 CEO, 카일 챠이카 작가, 루시아 아니엘로 작가, 젠 코스텔로 TBWA 글로벌 전략 부문장 . ⓒ칸 라이언즈
    ▲ 왼쪽부터 에린 릴레이 TBWA 미국 지역 CEO, 카일 챠이카 작가, 루시아 아니엘로 작가, 젠 코스텔로 TBWA 글로벌 전략 부문장 . ⓒ칸 라이언즈

    릴레이 CEO는 공감하며 "우리는 흔히 확장 가능한 디자인(design for one scaled to many)을 이야기하는데 비슷한 이야기같다"고 답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 광고와 관련해 "우리는 알고리즘이 제공해 주는 지루한 콘텐츠에 갇혀 사는 것 같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 옆에 돈을 지불하고 광고를 붙인다는 점이다. 광고에서는 인게이지먼트가 핵심인데 콘텐츠에 얼마나 인게이지먼트가 발생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담자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카일은 "알고리즘의 시대에서 새로운 르네상스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며 "페트리온(Patreon), 서브스택(Substack) 등 이메일 뉴스 레터 등 알고리즘 없이 서로 상호작용하고자 하는 공간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니엘로는 "사실 젊은 사람들의 새로운 시도들을 쉽게 접해 수 있는 곳이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의 짧은 영상들"이라며 "주로 지인들의 입소문을 통해 알게 되는데, 새로운 독창적인 것은 여전히 통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담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 한 쪽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인 벤 탈론(Ben Tallon)이 대화 내용을 즉흥 페인팅으로 표현하는 이벤트도 함께 진행됐다.

    올해로 71회를 맞는 칸 라이언즈 2024는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칸 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올해 국내에서는 구글코리아, 기아 주식회사, 단국대학교, 대홍기획, 디마이너스원, 빅인스퀘어, 스튜디오좋, 앨리스퀘어크리에이티브, 엘리엇, 오스카스튜디오, 이노션, 이노션에스, 제일기획, 주식회사 거스트앤게일, 차이커뮤니케이션, 퍼블리시스 그룹 코리아, 포스트포나인즈,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