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D 국가경쟁력 평가 '역대 최고' 찍었지만 조세정책은 26→34위 하락조세부담 높은 탓 … 넥슨·유니더스·락앤락 등 상속세 부담에 승계 포기전문가 "높은 상속세로 자금 해외 반출"… 정부 '세제개편' 완수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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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대기업 로고 ⓒ뉴시스
    우리나라의 조세정책에 대한 평가 지표가 하위권에 머무르면서 상속세·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세제 개편이 재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경제 규모 대비 세 부담이 늘어나면 경제활력 축소로 국가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실시한 2024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조세정책 순위는 2022년 26위에서 한 해 만에 34위로 떨어졌다. GDP 대비 총조세 부문은 32위에서 38위로 하락하면서 조세부담 증가가 주변국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세정책 부문은 GDP 대비 조세부담이 높을수록 순위가 하락하는 만큼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 대비 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국가경쟁력에 하향 압박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부세나 상속세 등은 국민들에게 불편을 많이 주는 세금이라 (IMD 평가에서) 반영됐을 것"이라며 "세계 표준보다 높은 세금은 국내 투자를 위축시켜 국가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고(故) 김정주 넥슨그룹 회장이 타계했을 때 유족들이 넥슨 지주회사인 NXC 주식을 상속세로 내자 기획재정부가 2대 주주가 되는 촌극이 벌어진 바 있다. 유니더스(콘돔)·쓰리세븐(손톱깎이)·락앤락(밀폐용기) 등 세계시장을 휩쓸었던 업체가 가업 승계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높은 상속세는 대주주가 주가 상승을 부담으로 느끼게 만들 수 있다. 이에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한국 기업은 상속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장기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징벌적 상속세가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정상적인 기업 운영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종부세 역시 집값 안정을 위해 2005년 참여정부 시절 도입됐으나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지 못한 채 납세자 수와 금액만 커지면서 징벌적 과세란 오명에 그쳤다. 두 세금 모두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부작용이 상당한 만큼 재빠른 손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세·종부세 개편안에 힘을 싣기 위해선 확실한 명분이 필요하단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던 만큼 이번 IMD의 지표를 통해 정부 주도의 세제 개편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종부세를 초고가 1주택과 가액 총합이 높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물리고, 상속세의 경우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30%까지 인하한 뒤 세금 형태를 추가 개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여러 건설적인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대통령실에서 나온 종부세와 상속세 관련 언급에 대해서 기본 방향에 당연히 공감한다"고 호응했다.

    정부는 2024년 국가경쟁력 평가가 나오자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정책 기조에 따라 기업 효율성 제고를 더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며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 세제 합리화, 기회균등 등 정부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성진 교수는 "높은 상속세나 증여세 때문에 암암리에 외국으로 나가버리는 경우도 많다"며 "이같은 세금을 OECD 평균 정도로 줄여주면 해외로 자금 반출을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 ▲ 4대 분야 20개 부문별 순위 ⓒ기획재정부 제공
    ▲ 4대 분야 20개 부문별 순위 ⓒ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