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포트와 반대로 투자하면 돈번다" 정설'매수' 의견 일색·일부 기업에만 제한적인 리포트 발행애널리스트 헛발질에 투자자 '외면'…업계 자정노력 절실
  • "목표주가 상향하는 보고서를 내놓고선 정작 기관은 숏(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해당 주식을 매도)을 친다."

    종목토론방에는 증권사 리서치에서 발행하는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조롱하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개별 주식 종목의 주가 상승을 부르는 재료로 꼽히는 목표주가 상향 보고서도 개미 투자자들이 색안경을 낀 채 바라보는 것이죠. 

    사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돈을 벌고 싶다면 증권사 리포트와 반대로 투자하라'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간 리서치센터의 헛발질을 고려하면 틀린 말도 아닙니다.

    지난해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현재 주권매매거래가 정지 중인 뉴지랩파마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뉴지랩파마는 사태가 터지기 몇개월 전까지 삼성증권, 키움증권, 흥국증권, 한양증권, 상상인증권 등 유수 증권사들로부터 유망한 바이오기업으로 소개됐습니다. 뉴지랩파마가 거래정지에 들어가기 불과 두 달 전에도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의 '신약후보물질 장단기 포트폴리오가 좋다'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나왔었죠. 

    투자 정보 접근성이 기관투자자들과 비교해 낮은 투자자들이 증권사 리포트를 신뢰하고 가야 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콧대 높기로 소문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가 '매수' 일색이라는 점이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발행된 기업 보고서 8662건 가운데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한 보고서는 단 2건(0.02%)에 불과했습니다. 사실상 매도 의견에 가까운 '비중 축소'는 4건(0.05%)이었습니다.

    반면 '매수' 의견은 8012건(92.5%)으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보유'(Hold)는 636건(7.34%), '강력매수'는 8건(0.09%)으로 집계됐다.

    현실과 동떨어진 매수 리포트가 발생하는 원인은 바로 매도 리포트가 증권사 입장에서 부가가치가 낮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돈이 안 되기 때문인데요. 지난 2일 기준 기준 상장사 시가총액은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2677조7909억원입니다. 이 중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지난해 기준 44조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매도 리포트가 도움이 될 투자자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특히나 증권사 법인영업본부가 자사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기반으로 국내외 기관 투자자 등에게 세일즈하는 환경이라는 점도 이같은 상황을 부추깁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상장 종목과 경제를 분석하는 본연의 업무보다 IB(기업금융) 등 타 부서 영업이 원활하도록 리서치 보고서를 잘 포장하는 역할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그마저도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리포트는 전체 상장사 대비 제한적인 수준입니다.

    증권사들이 올 상반기 최소 한 번 이상 리포트를 발간한 상장사는 총 933곳으로 전체 2685곳의 34.7%로 집계됐는데요. 

    코스피는 379곳(39.7%), 코스닥은 554곳(31.9%)인 점을 감안하면 리포트가 한 번도 발행되지 않은 종목은 각 시장에서 60%가 넘습니다. 상장사 100곳 중 60곳 이상이 투자 정보를 알기 어려운 '깜깜이 투자' 대상인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의 기업분석 리포트가 아닌 유튜브나 주식투자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찾아 투자 정보를 취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카더라 등 잘못된 정보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 회복은 필요해 보입니다. 리서치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증권업계 공동의 적극적인 변화 의지가 중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