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 회장 측 "한노총·민노총간 갈등… 와해 지시한 적 없어""반장 직급에 불과한 하위 계급자가 종용할 수 없어""민노총 조합원 상대로 불법행위, 상상할 수 없다"
  • ▲ 2018년 당시 해피파트너즈(현 피비파트너즈) 설립 당시 모습ⓒ연합뉴스
    ▲ 2018년 당시 해피파트너즈(현 피비파트너즈) 설립 당시 모습ⓒ연합뉴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허영인 SPC 회장 측이 “검찰 측 공소사실은 기본 전제부터 잘못된 사실관계에 기반하고 있다”며 공소 사실을 반박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조승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를 받는 허 회장 등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허영인 SPC 회장의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 내용과 관련해 노조 와해 공작을 통해 노동3권을 형해화(形骸化)하고 노사 자치를 파괴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분명히 했다.

    변호인단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인 피비파트너즈 노조가 전체 근로자 ⅔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서 ‘유니온 숍(Union Shop)’ 협약 체결을 요청한 것을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이하 화섬노조)간 갈등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유니온 숍은 고용된 근로자가 일정 기간 내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해고하도록 하는 조합 강제 가입 제도를 말한다. 해외의 경우 강제성을 두고 이견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단결할 자유’를 ‘단결하지 않을 자유’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유니온 숍을 인정하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⅔ 이상을 보유한 피비노조가 유니온 숍을 하게 될 경우 사실상 다수노조가 아닌 화섬노조로서는 더 이상 가입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다. 변호인단이 당시 화섬노조가 위기감이 높아졌을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다.

    변호인은 “피비노조의 유니온 숍 체결 요구 직후인 2021년 1월, 피비노조에서 32명이 탈퇴했고 이 중 28명이 화섬노조에 가입했다”면서 “노조간 이동은 그전에도 있어왔지만 많아야 한 달에 5명 내외였고 아예 없는 달도 있었던 만큼 이동에 놀란 피비노조에서도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재복 SPC 대표는 피비노조 위원장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잘 챙겨보세요’ 정도로 이야기했을 뿐이며 이는 관계된 인원들의 진술에서도 알 수 있다”면서 “검사 측은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공소장에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피비파트너즈가 모든 일을 촉발한 것처럼 적시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노노 갈등’으로 시작돼 조합원 끌어오기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공소사실처럼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노조 탈퇴를 회유하거나 협박한 사안이 아니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반장, 계장 직급에 불과한 BMC(제빵기사 관리자)가 상대적으로 노조회비가 적고 실질적이 이득이 많은 피비노조의 가입을 권유하는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변호인은 “(수사내용을 확인하면)대부분이 만나보라, 이야기해보라 정도였다”라면서 “민주노총인 화섬노조 노조원을 상대로 불법적인 행위를 동원했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황재복 SPC 대표 역시 반복해서 해당 내용을 허영인 회장에 보고한 적이 없고 인사상 불이익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남부사업부장도 해당 내용에 대해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검사 측에서는 황재복 피고인이 구속된 이후 (피의자신문조서) 4회부터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면서 “황재복 피고인은 4회, 5회에도 반복해서 (허영인 회장에) 보고드린 적 없고 지시받은 적 없다고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화섬노조 탈퇴 진행 결과를 회사가 직간접적으로 확인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만 참작할 만한 제반 사정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변호인은 “화섬노조는 2021년 6월부터 SPC그룹을 상징하는 한남동 패션5 매장 앞에서 불법 시위를 시작했다”면서 “법원이 매장 100미터 이내 시위를 금지했는데도 1~2미터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앰프 스피커를 설치해 각종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SPC 측에 따르면 불법 시위는 2022년 11월까지 약 1년 9개월간 진행됐다. 2022년 1월과 2022년 10월 법원이 두 차례에 걸쳐 중단을 명령했지만 불법 시위는 이어졌다.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에 치명적 타격이 이어졌다. 이들은 가맹점 앞에서 불매 운동을 벌였으며,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 매장 앞에서도 산발적으로 시위를 이어갔다.

    변호인은 “법원의 불법 시위 중단 명령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한 고민이었다”면서 “화섬노조 탈퇴 경과를 챙긴 것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