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반도체 설계 자회사 'DB글로벌칩' 출범DB글로벌칩, 정관서 이사 수 '상한' 설정지배주주의 경영권 보호·소액주주 권리 제한
  • DB하이텍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DB글로벌칩'이 출범했다. 출범과 동시에 정관에 '이사수 제한'을 둬 경영권 방어 작업을 선제적으로 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DB글로벌칩에 따르면 정관 제5장 제21조(이사의 선임)를 지난 2일 출범과 동시에 수정했다. '이사는 3인 이상으로 한다'를 '3인 이상 5인 이내로 한다'로 수정한 것.

    이에 대해 DB그룹 측은 "DB글로벌칩이 출범하면서 정관을 트렌드에 맞게 맞춘 것"이라며 "요즘 기업들의 표준 정관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사 수 상한을 정하는 경우 소액주주가 추천할 수 있는 이사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재계는 지배주주의 경영권 보호장치로 사용될 수 있고 소액주주 권리 행사를 제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있다.

    DB그룹은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강성부 펀드)가 DB하이텍 지분 매집에 나서면서 '제2의 한진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이번 이사 수 제한이 경영권 보호장치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KCGI한국지배구조개선 제2호 사모투자합자회사'는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312만8300주)를 취득했다. 

    KCGI는 대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이 되지 않도록 DB하이텍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일반주주들이 임명한 독립적인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치해 권한과 책임에 따른 합리적인 임원 보수 산정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 ▲집중투표제 도입 등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을 요구한 상황이다.

    KCGI는 지분 매입 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기재하고, DB하이텍에 독립적인 이사회를 통한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감안하면 KCGI가 향후 사외이사를 추천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DB글로벌칩은 비상장사이지만 DB하이텍이 지분 전량(100%)을 가진 유일한 주주다. 향후 DB하이텍 이사회에서 DB글로벌칩의 경영진 선임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KCGI에서 뚜렷한 행동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기업가치 저평가를 지적했던 만큼, DB그룹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또 DB글로벌칩은 향후 상장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