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작년 은행 이자순익, 2010년 이후 ‘최대’금융시스템 안정적인데…부동산PF‧자영업 빚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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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은행권의 이자 순이익이 3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금리 상승기에 기업 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결과다.

    은행들은 고금리를 이용해 큰 이익을 봤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자영업자 대출 건선정은 악화하고 있어 전체 금융 시스템 안정의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 고금리 덕에 은행 역대급 이자잔치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따르면 은행의 지난해 이자 순이익은 모두 3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0년 이후 금리 상승기 가운데 최대 기록이다.

    총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3.0%로 2010년 이후 장기 평균치인 87.8%를 크게 웃돌았다.

    과거 금리 상승기와 비교했을 때 이번 금리 상승기에 은행의 이자이익이 호조를 나타낸 배경으로는 기업 대출 증가가 꼽힌다. 지난 2021년 금리 상승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일반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52조5000억원 늘어난 반면 가계대출은 2조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영업자금 수요가 늘고, 고금리로 채권시장이 위축되면서 은행 대출 수요가 불어났기 때문"이라며 "기업 대출의 위험조정수익률(이자 이익률에서 대손율을 뺀 값)도 2022년 이후 가계대출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은행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금리 상승기에 기준금리가 큰 폭(+3.00%포인트) 뛰어 예대 금리차(+0.38%포인트)가 커진 점도 은행 이익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한은은 금리 상승기에 확대됐던 기업대출이 향후 대손비용 확대 등으로 은행의 비용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에도 금리상승기 기업대출 증가폭이 클수록 상승기 이후 수익성이 낮아졌는데, 이는 대출금리 하락 외에도 대출부실 등으로 인한 비용증가가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다.

  • ▲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은행 제공.
    ▲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은행 제공.
    ◇ “금융시스템 안정적”…GDP 대비 민간빚 하락세

    한국은행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은 안정적이라고 진단하면서도 부동산PF 부실 우려와 자영업자 취약 부문의 채무 상환 부담 누증 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스템의 단기 안정을 나타내는 금융불안지수는 지난달 15.9를 기록하며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갔다. 금융불안지수는 올해 1월 17.5, 2월 16.9, 3월 16.4, 4월 16.1로 매달 낮아지고 있다. 

    민간신용 레버리지(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가 지난 1분기 말 기준 206.2%로 전분기(207.4%) 대비 1.2%포인트 하락하며 두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영향이다.

    중장기적 잠재 리스크를 평가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1분기 30.5를 기록해 장기평균(35.3)을 다소 하회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신용시장에서는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지난해 3~4분기 이후 하락하고 있다"면서 "종합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 부동산PF ‘빨간 불’…자영업자 연체율 2년 만에 3배↑

    부동산PF 대출과 자영업 연체율 상승 지속되는 점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직면하고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PF 대출의 연체율은 3.55%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PF연체율은 지난 2021년 0.4%였지만, 다음 해 1.2%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7%로 올랐다.

    특히 증권사, 저축은행 및 여전사가 타 업권 대비 높은 수준으로 보이고 있다. 증권사의 PF연체율은 지난 2021년 3.7%에서 올해 1분기 17.6%까지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은 1.2%에서 11.3%로 높아졌다. 여전사는 0.5%에서 5.3%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부동산PF의 금융권 전체 익스포저가 여전히 230조원 규모로 큰 데다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건설원가 상승으로 PF 사업성 또한 낮아져 부실 위험이 증대된 상황”이라며 “일부 비은행권의 경우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부실 자산에 대한 경·공매를 통해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약 2년 만에 3배 가량 올랐고, 다중채무자이거나 신용 상태가 낮은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10%를 넘어섰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52%로 지난해 2022년 2분기 말 0.50%의 3배 수준을 보였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취약 차주 연체율은 10.21%였다.

    이들의 일반 가계대출과 비교해 연체 규모도 컸다. 가계대출의 1인당 평균 연체액은 2700만원, 자영업자는 1억2200만원에 달했다.

    서평석 한은 금융안정기획부장은 “코로나19 이후 내수 회복세가 부진하고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연체율의 절대 수준이 그리 높진 않지만 연체율 상승 속도가 과거보다 빠르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금융당국이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 및 자영업자 차주의 재무 건전성 변화가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